며칠 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누나의 집에 달려있는 디지털보조키에 이상이 생겼다.
가장 비싸고 좋다는 소문이 나 있는 “I"사의 제품이다.
3년 전에 내가 직접 설치했던 제품이었는데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작동이 잘 되었었다.
그런데 누나가 아침에 잠깐 나갔다 다시 들어오려는데 비밀번호나 터치키 모두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건전지 수명이 다 되어서 그러려니 하고 9V 사각건전지를 두 개 준비해 가지고 가 건전지 연결단자에 대고 문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건전지를 대고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I"사의 A/S센터에 전화를 해 그 곳에서 알려주는 대로 작동을 시켜보아도 소용없었고 전문요원이 방문해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40여분 가량 후에 A/S전문요원이 방문했고, 제품을 확인한 그 전문요원은 제품을 고칠 수가 없고 파손하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황당한 말을 한다.
그래서 새로 설치할 제품은 가지고 있으니, 급한 볼 일 있는 누나가 집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문을 일단 열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출장비와 파손해서 문을 열어 준 비용 22,000원을 지불했다.
설치한 지 1년이 지난 제품은 어떤 경우라도 제조사의 책임이 없다고 한다.
방문했던 사람이 같은 업종에 계신 분이고 이러한 경우가 어이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지고 간 제품을 다시 설치해 주고 돌아갔다.(쉬운 일이긴 하지만......)
보통 “I"사의 ”R"제품은 열쇠가게에서 설치해 주고 18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는다.
나중에 일정 경로를 통해 이렇게 갑자기 제품에 이상이 생긴 원인을 알아보았더니 제품내부의 회로에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 자체의 회로결함으로 생긴 문제를 단지 1년이 지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조회사에선 일절 책임을 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현실은 수 십 만원을 들여 가장 좋다는 회사의 제품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 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람이 만든 제품은 아무리 좋고 비싼 제품이라도 결함이 생길 수 있고 사용 잘못으로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조회사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이 번 경우처럼 회로에 결함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 했고, 많지는 않지만 그런 경우가 A/S접수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드문 경우이고 회로의 결함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A/S요원이 인정한다면 회사에서 일정금액을 보상해 주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사실 요즘 디지털키의 대중화로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설치하시는 분들이나 판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값비싼 제품의 결함이나 A/S발생 빈도가 타 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는 느낌을 받는다.
“I"사의 제품보다 5배 이상 많이 판매되고 있는 ”M"사 제품의 경우 우리 매장에서는 초기 결함이 거의 발생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처음 디지털키를 설치하는 철물점이나 인테리어 사장님들이 제품에 대해 문의할 때는 확실하게 추천해주고, 절대로 가격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가게에서는 도어록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판매한 제품이 제조상의 결함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기한에 관계없이 대부분 무상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2~3년이 지난 제품에 이상이 생겨 가져오면 우선은 어떤 결함인가를 판단하고 소비자가 고생했을 상황을 이해하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물론 디지털키의 가격에 비해 도어록의 가격은 몇 천원에서 1~2만 원 선의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 그 보다는 원천적으로 제조사의 잘못이 있는지를 양심적인 판단에 따라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나름대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교환해 주는 제품의 양을 합산해 보면 판매되는 제품의 양에 비해 극히 일부분이고 그렇게 큰 손실을 미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대부분 제품의 경우 초기설치작업의 잘못으로 인한 제품훼손으로 반품되는 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2~3년 된 제품의 경우, 소모품이고 오래되어서 제품의 수명이 다 되었으니 새 제품으로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소비자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어떤 법적인 규정이나 제조회사 자체의 규칙이라 하더라도 양심적인 규정(?)에 어긋난다면 양심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제품의 질이 좋은 회사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조건에 양심적인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하나 더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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