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밀고 나가면 계산 '끝']
-바코드 지고 전자태그<RFID> 시대 열린다-
*** 할인점 등 대형 매장에서는 계산할 때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때가 많다. 계산을 위해서는 상품 하나하나에 붙어 있는 바코드에 스캐너를 바짝 갖다대야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전자태그(RFID)를 이용하면 이같은 불편이 없어진다. 카트를 끌고 지나가기만 하면 계산이 끝난다. ***
할인점은 확실히 쇼핑하기 편리한 공간이다. 카트를 밀고 다니며 이것저것 담아 계산대에 올려 놓으면 쇼핑은 끝난다. 하지만 상품을 고르는 것보다 계산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리는 때가 많다. 고객이 몰릴 경우 계산을 위해 긴 줄을 늘어서야 한다. 라면 한 박스를 사 나오면서 계산대 앞에서 10분을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
계산 절차는 번거롭기 짝이 없다. 카트에 가득 담은 상품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점원이 상품마다 붙여진 바코드에 일일이 스캐너를 댄 뒤 물건을 밀어 내놓으면 고객들은 서둘러 카트에 주워 담고 돈을 치러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귀찮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고객들이 쇼핑한 물건을 담은 카트를 그냥 밀고 나가면 간단히 계산이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바코드 시스템 대신 전자태그(RFID)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요즘 모든 상품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나온다. 할인점의 채소, 과일에도 그렇다. 스캐너를 이 바코드에 갖다 대면 계산이 된다. 참으로 편하다. 그러나 바코드는 단점이 있다. 스캐너를 상품 하나하나에 갖다 대야 한다. 그것도 바짝 대지 않으면 판독할 수 없다.
RFID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상품이 리더로부터 2~3m 안에 있어도 내장된 데이터를 정확하게 읽어 낸다. 20m 정도 떨어져 있어도 가능하다.
그래서 고객들이 산 상품을 카트에 올려 놓고 지나가기만 하면 순식간에 계산이 끝나는 것이다. 요즘 교통카드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탈 때 지갑을 꺼내 리더에 갖다 대야 한다. 그러나 RFID를 적용하면 지갑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지나가기만 해도 정확하게 결제가 이뤄진다.
판독한 정보는 할인점은 물론 상품 공급회사에도 실시간으로 전해져 상품의 판매 및 재고 현황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 대기업 등 참여 열기 ... 벤처기업 기술 상용화 >
RFID는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약자다. 무선주파수 인식이라는 의미다. 전자태그, 스마트 태그 또는 주파수ID로 불린다. 출시되는 상품에는 바코드 대신 '마법의 돌'이라 일컫는 깨알처럼 작은 칩이 부착된다. 리더가 안테나를 통해 전파를 쏘아 멀리 떨어진 상품에 붙어 있는 태그 속 칩에 내장된 정보를 판독, 계산을 끝내는 것이다.
월마트는 지난달부터 미국 8개 매장에서 RFID를 시험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여기에는 휴렛 패커드, 존슨 앤 존슨, 질레트 등 8개의 국제적인 대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월마트는 시험가동 결과 문제가 없다면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생활에 혁명을 몰고 올 전자태그 시대의 서막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일기 시작했다. 정보통신부는 RFID를 이른바 '839프로젝트'에 포함시키고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시범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SK텔레콤, KTF, 삼성종합기술원, 팬택앤큐리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회원사로 RDID협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삼성테스코 컨소시엄과 CJ GLS 컨소시엄 등 2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RFID 사업에 참여를 모색하고 있는 기업은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포함, 국내 200개사 정도나 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제 막 기술개발에 나서려는 참이다.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안을 모색하는 컨소시엄도 있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RFID 시스템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벤처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주)키스컴이다. 키스컴은 2002년 UHF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RFID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지난 1월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RFID시스템은 태그, 리더기, 안테나, 칩 등으로 구성된다.
키스컴은 이중 칩을 제외한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8m 떨어진 팔레트의 정보를 정확하게 판독하고 입출고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소개한다.
키스컴은 원래 바코드 전문회사였다. 1989년에 설립됐다. 바코드 프린터, 스캐너, 핸디 터미널, 바코드 리본, 라벨 등을 생산해 왔다.
산업현장에서 RFI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이를 해외에서 들여와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지금까지 한국타이어 등 여러 회사의 생산공정에 적용한 경험이 있다.
키스컴은 그 과정에 쌓인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RFID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 회사 박종만 상무(공학박사)는 "RFID 기술을 상용화한 것은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이다. 앞으로 RFID도 표준화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할 것이다. 한국도 우리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 육성하고 표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RFID는 매장관리는 물론, 생산공정, 창고, 배송, 도서관, 우편물 관리, 공항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 중앙일보 2004년 5월 24일자 조용현 기자 ( jowas@join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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